습도계 없이도 눈치채는 곰팡이 낌새, 27년 동안 터득한 나만의 신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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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냄새, 코끝으로 먼저 안다
전원주택에 오래 살다 보니 온몸으로 느낍니다. 습한 기운이 느껴지면 “아, 곰팡이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고, 눈이 저절로 습기 많은 곳으로 향합니다. 하얗게 변했거나 파랗게 변한 게 있나 살피고, 있으면 마른 걸레로 닦아냅니다. 그리고 지하실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장을 열거나 서랍을 열 때 그 냄새가 훅 올라옵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이나 건물 지하에 내려갔을 때 나는 냄새랑 비슷해요. 약간 서늘한 기운이 돌면서 코를 확 찌르는 냄새인데, 어찌 보면 젖은 흙에서 나는 냄새와도 비슷합니다.
벽지 없는 집이라 대신 나무에서 알아챈다
집에 벽지가 없어서 벽지가 눅눅해지는 건 알 수가 없어요. 대신 나무수저나 나무식판, 나무도마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며칠 안에 곰팡이가 슬어요.
1년 중 5개월은 긴장한다
6월부터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8월, 9월에 절정에 달하고, 가을에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건조해지면서 습기가 사라집니다. 1년에 다섯 달 정도는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카페는 또 다른 얘기예요
카페는 집 오른쪽에 나무와 유리로 만든 공간인데, 단열이나 보온이 잘 안 돼요. 여름엔 너무 더워서 있기가 힘들고, 겨울엔 정말 추워서 아예 카페 수도를 잠가둘 정도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더위와 습기가 훅 끼쳐서 숨이 막힐 정도예요. 그러면 얼른 입구 문이랑 창문부터 열고 환풍기를 돌립니다.
곰팡이 냄새를 맡으면 바로 하는 일
냄새를 맡으면 마른 걸레로 닦아내는 것 말고도 하는 일이 있습니다. 일단 창문이 열려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환기부터 합니다. 카페는 환풍기를 돌려두고요. 제습기는 따로 쓰지 않는데, 제습기를 틀면 열이 나서 오히려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틀지 않습니다.
이 감을 갖게 된 계기
냄새에 민감한 체질이라 몇 년 지나면서 알게 됐어요. 그런데 그때는 뭐든 아껴야 하는 상황이라 에어컨을 쓴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려서 한창 공부시키던 시절이라, 남편은 양평집에 매주 왔지만 저는 한 달에 두어 번밖에 못 왔어요. 아무래도 남자들은 청소나 정리를 디테일하게 못 하니까 저보다는 덜 청결했죠. 화장실도 샤워하고 물기를 닦아내지 못했고, 부엌 싱크대에도 음식 찌꺼기나 물기가 늘 있었어요.
본격적으로 신경 쓰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
사실 곰팡이에 이렇게 신경을 쓰게 된 건 이곳으로 아예 거주를 옮기고 나서부터예요. 이제 2년이 다 되어가네요. 처음엔 겨울 추위가 더 걱정이었어요. 영하 15도 아래로 떨어지면 잠을 잘 수가 없어서 보일러 관리를 더 신경 썼거든요.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여름이 점점 길어지고 더워지면서, 작년부터는 건강을 생각해서 곰팡이 쪽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미리 못 챙겨서 후회했던 순간
습한 기운을 느꼈을 때 바로 한여름 대비를 했어야 했는데, 일이 많거나 귀찮아서 그냥 지나가면 나중에 청소하고 닦아내야 할 분량이 훨씬 많아집니다. 곰팡이는 나무에 피면 잘 지워지지도 않아서 속상했던 적이 많아요. 나무는 대패로 밀어서 없애고 햇빛에 바싹 말려서 다시 씁니다. 수저는 삶아서 햇빛에 말려보는데, 얼마 못 가 다시 곰팡이가 핍니다. 곰팡이가 포자다 보니 이미 깊숙이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언젠가 곰팡이가 몸에 많이 안 좋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부터는, 그런 수저는 바로 버립니다.
왜 눈으로 보기 전에 곰팡이 냄새부터 나는 걸까
실제로 곰팡이는 눈에 보이는 얼룩보다 냄새가 먼저 감지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곰팡이가 번식하는 과정에서 미생물 휘발성 유기화합물(MVOC)이라는 물질을 방출하는데, 이게 흔히 말하는 ‘흙냄새’나 ‘곰팡내’의 정체입니다. 국내 연구에서도 실내 곰팡이균이 만들어내는 냄새 원인물질을 따로 분석할 정도로, 냄새는 곰팡이 발생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로 다뤄집니다. 특히 나무처럼 수분을 잘 흡수하는 소재는 표면에 곰팡이가 눈에 띄기 전부터 냄새가 먼저 배어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냄새에 예민한 분들이 곰팡이를 육안으로 확인하기 전에 미리 알아채는 건 우연이 아니라 근거 있는 감각인 셈입니다. 냄새를 맡자마자 창문부터 열고 환기하는 습관도 근거가 있는 대응입니다. 아직 눈에 보이는 얼룩으로 번지기 전, 포자가 자리 잡기 시작하는 초기 단계에서 습도를 낮춰주면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코가 먼저 알려주는 신호를, 눈이 확인하기 전에 얼마나 빨리 행동으로 옮기느냐가 관건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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